경피흡수
피부는 복잡한 구조와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조직으로, 독성물질의 체내 침투를 막는 주요 장벽 역할을 합니다. 폐포나 소화기 점막과 달리 피부는 두꺼운 각질층(keratinized layer)을 포함하고 있어 대부분의 액체나 이온이 쉽게 통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부 독성물질은 피부를 통해 체내로 흡수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전신 독성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유기인계 농약, 사린(sarin)과 같은 신경독성물질, 산업용 용매인 사염화탄소 등이 경피흡수로 인해 중독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피부의 구조와 흡수 기전
피부는 크게 세 가지 층으로 구성됩니다:

- 표피(Epidermis): 가장 외부에 위치하며, 독성물질의 침투를 조절하는 주요 장벽 역할을 합니다. 특히, 각질층(stratum corneum)은 케라틴으로 이루어진 방어막으로, 화학물질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 침투를 어렵게 합니다.
- 진피(Dermis): 혈관이 풍부하며, 독성물질이 표피를 통과하면 진피를 통해 쉽게 전신 순환계로 유입됩니다.
- 피하조직(Subcutaneous tissue): 단순 확산을 통해 물질이 침투할 수 있는 비선택적 매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표피의 각질층은 피부 오염 시 독성물질이 체내로 침투하는 것을 막는 가장 중요한 층입니다. 각질층은 물질 침투에 저항성을 가지며, 그 두께는 신체 부위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예를 들어, 손바닥과 발바닥은 각질층 두께가 400600μm로 매우 두꺼운 반면, 팔, 다리 등은 815μm로 얇아 침투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겨드랑이나 서혜부와 같은 부위는 가장 얇은 각질층을 가지며, 독성물질에 의한 침투 위험이 높습니다.
경피흡수의 촉진 요인
표피가 손상되거나 제거되면 독성물질의 침투가 크게 증가합니다. 피부 찰과상, 화상, 피부염은 경피흡수를 촉진시키는 주요 요인입니다. 또한, 산성 물질이나 알칼리성 물질, 부식성 화학물질은 각질층을 손상시켜 침투를 더욱 용이하게 합니다.
흡수 과정은 단순 확산에 의존하며, 피부에는 물질을 능동적으로 전달하는 기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질의 극성과 지용성에 따라 확산 경로가 달라집니다:
- 극성 물질(수용성): 각질층 외면의 수분층을 통해 확산됩니다.
- 비극성 물질(지용성): 각질층 내의 지질 성분에 용해되어 확산됩니다.
수분은 경피흡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피부의 수분 함량이 증가하면 극성 물질의 침투율이 최대 5배까지 증가할 수 있습니다. 또한, DMSO(dimethyl sulfoxide)와 같은 용매는 독성물질의 피부 침투를 크게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종간 차이와 피부독성 검사
동물의 피부는 종마다 경피흡수율에 차이가 있으며, 이로 인해 안전성 검사를 위한 동물 모델 선택이 중요합니다. 원숭이, 돼지, 기니피그는 인간과 유사한 피부 구조를 가지고 있어 주로 사용됩니다. 반면, 쥐나 토끼는 인간보다 훨씬 높은 경피흡수율을 가지며,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독성 평가에 사용됩니다.
추가 경로와 전신 순환계로의 이동
소량의 화학물질은 땀샘, 피지선, 모낭 등을 통해 흡수될 수도 있으나, 이러한 경로는 피부 전체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아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각질층을 통과한 물질은 진피와 피하조직으로 침투하며, 이들 층은 확산 저항성이 낮아 물질이 쉽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진피 내의 정맥과 모세임파선을 통해 독성물질은 전신 순환계로 유입됩니다.
지금까지의 독성학 요약
지금까지 독성학에서 다룬 주요 내용은 생체이물이 체내로 흡수되는 경로와 그 과정에서의 독성작용을 중심으로 합니다. 생체이물은 위장관계, 호흡기, 피부를 통해 흡수되며, 각각의 경로는 물질의 성질과 구조에 따라 독특한 흡수 메커니즘을 가집니다. 위장관계는 물질의 화학적 성질과 pH에 따라 흡수율이 결정되며, 호흡기는 물질의 크기와 용해도가 주요 변수로 작용합니다. 피부는 가장 강력한 방어막으로 작용하지만, 특정 조건에서는 독성물질이 쉽게 침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로와 관련된 독성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는 독성물질의 위해성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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