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학(Toxicology)은 화학물질이 생명체에 미치는 유해한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그중에서도 임상독성학(Clinical Toxicology)은 독성학의 한 갈래로, 약물, 독성 물질, 생물학적 물질 등이 사람에게 초래하는 중독을 진단하고 치료하며, 이를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분야로 여겨지지만, 선진국에서는 이미 임상독성학이 독립된 전문 분야로 자리 잡아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독성학 이야기에 앞서 "중독"의 개념을 먼저 알아봅시다.
1. 중독은 무엇인가요?
신체가 독소 물질과 접촉하는 상황을 노출이라고 하며, 이러한 노출로 인해 신체에 해가 발생하는 경우를 중독이라고 정의합니다. 다만, 독소 물질과 접촉했다고 해서 항상 신체에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중독 환자를 치료할 때는 노출의 중증도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중증도에 따라 치료의 방향과 강도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2. 어떻게 중독 되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1) 병력 청취
중독의 진단은 환자나 보호자의 진술에 크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세한 병력 청취가 필수적입니다. 병력 청취 시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포함해야 합니다.
- 노출된 약물 또는 독소 정보: 약물, 화학물질, 자연독, 남용물질 등
- 물질의 형태: 알약, 가스, 액체 등
- 주변에서 발견된 단서: 약병, 봉투, 빈병
- 음주 여부
- 노출 경로: 음독, 흡입, 주사, 피부 또는 점막 노출
- 중독된 양: 투여된 양과 농도
- 중독 후 경과 시간
- 유서 여부
이외에도, 환자나 가족이 평소 복용하던 약물이 있다면 처방전을 지참하도록 안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신체 검사
신체검사는 중독 환자 진단의 기본적인 과정으로, 특히 중독 물질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신체검사를 통해 이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환자의 임상 양상에 따라 치료 방향이 결정되므로 신체검사는 매우 중요합니다. 주로 생체 징후, 의식 상태, 동공, 피부, 위장관계 및 비뇨기 상태에 중점을 둡니다.
주요 신체 징후와 관련된 특징
| 1 | 혈압 및 맥박 |
|
| 2 | 체온 변화 |
|
| 3 | 발한 여부 |
|
| 4 | 시력 이상 |
|
| 5 | 청력 이상 |
|
| 6 | 경련 발작 |
|
신체검사를 통해 확인된 징후는 독성증후군 판별과 생명과 직결된 문제를 조기에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3) 독성증후군(Toxidrome)
자율신경계에 작용하는 물질들은 중독 시 특징적인 임상 양상을 나타내며, 이러한 양상을 통해 중독 물질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특정 독성 물질에 의한 중독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과 징후를 하나의 독성 증후군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독성 증후군은 중독 물질에 따라 나타나는 혈압, 맥박, 체온과 같은 생체 징후와, 중추신경계, 동공, 위장관계, 비뇨기계, 피부, 점막 등 다양한 기관에서 관찰되는 증상 및 징후의 변화를 기반으로 합니다.
대표적인 독성 증후군의 예시는 아래 표1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 독성증후군 | 물질 | 임상양상 |
| 항콜린 | 아트로핀, 항히스타민, 삼환계항우울제 | 피부건조, 혈압증가, 빈맥, 고체온증, 복부팽만, 섬망, 뇨저류 |
| 콜린 | 유기인제제, 카바메이트 | 침흘림, 눈물, 배뇨, 배변, 복통, 구토, 경련, 호흡마비 |
| 교감신경흥분 | 암페타민, 코카인 | 중추신경흥분, 경련, 빈맥, 고혈압 |
| 마약성 | 모르핀, 헤로인, 코데인 | 의식저하, 동공축소, 호흡억제, 저혈압, 경련 |
| 표1 | ||
4) 검사실 소견
가. 심전도
중독이 의심되는 모든 환자에서는 심전도 검사를 통해 리듬 및 전도 이상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삼환계 항우울제 중독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Fig. 1과 같이 QRS 폭을 측정해야 합니다.
QRS 폭이 100ms 이상으로 증가하면 Na⁺ 경로 차단제의 작용을 나타낼 수 있으며, 이 경우 중탄산나트륨 투여가 필요합니다. 삼환계 항우울제를 비롯해 코카인, 카바마제핀, 베타차단제, 항히스타민제 중독에서도 QRS 폭 증가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나. 혈액검사
- 음이온차 증가 대사성 산증 (Anion gap metabolic acidosis)
대사성 산증은 **음이온차(Anion Gap)**의 증가 여부에 따라 분류됩니다. 음이온차는 다음과 같은 식으로 계산됩니다:
Na⁺ - (Cl⁻ + HCO₃⁻)
정상 범위는 10-14 mmol/L이며, 음이온차가 증가한다는 것은 측정되지 않는 음이온의 증가를 의미합니다. 이는 독성 물질 자체의 증가 또는 그 대사 산물이 축적되었음을 시사합니다.
음이온차 증가 대사성 산증을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독성 물질로는 메탄올, 살리실산, 에틸렌 글라이콜, 아세트아미노펜, 항결핵제(isoniazid) 등이 있습니다. 또한, 일산화탄소 및 청산가리 중독은 이차적 젖산혈증을 유발하여 음이온차 증가 대사성 산증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오스몰차(Osmolar gap)
에탄올, 메탄올, 에틸렌 글라이콜과 같이 정상적으로 혈액 내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들이 체내에서 삼투압을 상승시키는 경우, 계산된 삼투압과 측정된 삼투압 간에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오스몰 차(Osmol Gap)**가 증가하면 이러한 물질들이 체내에 축적되었을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다. 독성학적 선별검사
선별적인 독소 또는 약물의 정량, 정성 검사는 노출 여부를 판별할 수 있지만, 중독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중독 환자에서 이러한 검사들은 예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표2에 나열된 물질들의 경우, 정량적 검사가 중독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라. 방사선검사
중독 환자의 진단에 있어 방사선학적 검사의 역할은 제한적이지만, 다음과 같은 물질들은 방사선에 투과되지 않기 때문에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서방제제(sustained release pill)
- 금속(철, 리튬, 수은, 납)
- Body packers
| 독성학적 선별검사 | |
| Acetaminophen Carboxyhemoglobin Methemoglobin Salicylate Iron Cholinesterase Cyanide Paraquat Amphetamine |
Digoxin Ethanol Lithium Theophylline Tricyclic antidepressants Methanol Valproic acid Opioid Ethylene glycol |
| 표2 | |
3. 중독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나요?
1) 위장관 오염제거
대부분의 독소 물질은 중독 증상을 일으키기 위해 체내로 흡수되어야 합니다. 특히 위장관을 통해 흡수되기 전에 위장관에서 독소 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면, 체내로 흡수되는 독소 물질의 양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위장관 오염 제거의 기본 원리는 흡수를 억제하는 데 있습니다.
가. 활성탄 (Activated Charcoal)
활성탄은 표면적이 매우 넓은 물질로, 독소 물질에 흡착하여 위장관 내에서 체내로의 흡수를 억제합니다. 대부분의 물질은 활성탄에 흡착되지만, 부식제, 중금속, 에탄올, 메탄올, 청산가리, 휘발유 등 일부 물질은 흡착되지 않으므로 사용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경구 중독에서 가장 효과적인 위장관 오염 제거 방법으로 다른 방법보다 우선 고려해야 합니다. 보통 체중 1kg 당 활성탄 1g을 경구로 투여합니다. 그러나 기도 확보가 되지 않거나 내시경이 필요한 경우, 장운동이 없거나 천공된 경우에는 사용이 금기입니다.
Carbamazepine, dapsone, phenobarbital, theophylline 중독의 경우 약물이 체내에 흡수된 후 많은 부분이 장관순환(enteroenteric circulation)을 하게 됩니다. 이때 활성탄을 반복 투여하면 장내의 혈관으로 흡수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나. 위세척 (Gastric Lavage)
위세척은 위안에 남아 있는 독소 물질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음독 후 1시간 이내에 시행해야 합니다. 기도 확보가 필요하며, 부식제 음독이나 위안에 물질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에는 시행하지 않아야 합니다.
다. 전장관세척술 (Whole Bowel Irrigation)
전장관세척술은 **Polyethylene glycol (PEG)**과 같은 등장성 수액을 이용해 위장관을 기계적으로 세척하는 방법입니다. 주로 활성탄에 흡착되지 않는 독소 물질이나 서방형 제제의 중독 시 사용됩니다. 경비관을 통해 시간당 1-2리터의 PEG를 투여하며, 직장에서 배출되는 PEG의 색이 맑아질 때까지 계속 투여합니다.
라. 구토 유발 (Emesis)
우리나라에서는 구토 유발제(syrup of ipecac)가 판매되지 않으며, 중독 환자에서 구토 유발은 더 이상 권장되지 않습니다.
2) 제거 증진
제거 증진은 체내에 흡수된 물질의 제거를 촉진하는 방법입니다.
가. 소변 알칼리화
중탄산나트륨을 1-2mEq/kg로 투여하여 소변의 pH를 7-8로 유지시킬 경우, aspirin의 소변으로의 배출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때 체내 **K+**의 농도를 정상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나. 강제이뇨
강제이뇨는 효과가 없으며 체내 수액 및 전해질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더 이상 중독 환자의 치료에 사용되지 않습니다.
다. 체외 제거
체외 제거 방법으로는 혈액투석과 혈액관류가 사용되며, 보존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정상적인 배설 경로에 장애가 있는 경우, 치명적인 결과가 예상되는 경우, 기저질환이 있고 혈역학적으로 불안정한 경우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독소물질에 의한 중독일 경우 적용할 수 있습니다.
- 혈액투석: Methanol, Ethylene glycol, Lithium, Aspirin, Ethanol, Valproic acid
- 혈액관류: Theophylline, Carbamazepine, Phenobarbital, Phenytoin, Paraquat
3) 해독제
해독제가 있는 경우는 많지 않으며, 해독제 투여의 적응증이 있을 때에만 투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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