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출경로의 영향
노출 경로(route of exposure)는 특정 부위에서 혈액이나 림프액 내 독성물질(또는 그 대사물)의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체내에서 화학물질이 이동하는 동안, 생체변환, 저장, 배출(그리고 독성)의 정도는 시간과 경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화학물질이 체내 다른 기관으로 이동하기 전에 간을 거치면 신속히 생체변환되어 혈액 내 농도가 감소하거나 사라질 수 있으며, 이는 독성의 정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위장관을 통해 흡수된 독성물질에서 흔히 발생한다. 위장관에서 흡수된 독성물질은 혈류를 따라 간문맥계를 통해 간으로 이동하는데, 이때 간에서 생체변환이 일어나거나 배설될 수 있으며 일부는 폐에서 제거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초회통과효과(first pass effect)라고 한다. 예를 들어,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과 같은 심장 진정제는 경구 투여 시 약 70%가 간에서 대사되어, 정맥 투여 대비 혈중 농도가 약 30%에 불과하다.
반면, 폐나 피부를 통해 흡수된 독성물질은 혈액을 통해 전신 순환으로 직접 이동하기 때문에 간에서의 초회통과효과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정맥 및 근육 주사 또한 마찬가지다. 장관의 림프계를 통해 흡수된 독성물질은 처음에는 간으로 가지 않고 서서히 전신순환으로 들어가지만, 그 비율은 혈액을 통한 운반보다 훨씬 낮다.
독성물질의 혈중 농도는 흡수 부위뿐만 아니라 생체변환 및 배설 속도에도 영향을 받는다. 일부 화학물질은 빠르게 생체변환되고 배출되지만, 다른 물질들은 상대적으로 천천히 제거된다.
분포모델
체내에서 독성물질이 이동하고 분포하는 과정은 생체내변환과 배출까지 포함하여 '분포(disposition)'라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분포모델(disposition model) 또는 역학모델(kinetic model)이 사용된다. 이는 독성물질이 시간에 따라 체내에서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나타낸다.
분포모델은 체내에서 화학물질이 도달하는 생체 구획(compartment)의 수에 따라 나뉜다. 예를 들어, 혈액은 하나의 구획이며, 지방조직, 뼈, 간, 신장, 뇌 등이 주요 구획이 될 수 있다.
역학모델에는 단일성분 개방형 모델(one-compartment open model), 이성분 개방형 모델(two-compartment open model), 다성분 모델(multiple compartment model) 등이 있다.
- 단일성분 모델(one-compartment model): 체내에서 균일하게 분포되는 물질이 일정한 속도로 제거되는 모델이다. 이 경우, 혈중 농도는 시간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며, 반감기(half-life)는 혈중 농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로 단일성분 모델을 따르는 물질은 많지 않다.
- 이성분 모델(two-compartment model): 화학물질이 혈액(첫 번째 구획)으로 흡수된 후, 다른 장기나 조직(두 번째 구획)으로 분배된 후 제거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혈중 농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감소하며, 조직 내 농도는 일정 시간 동안 증가한 후 점진적으로 감소한다.
- 다성분 모델(multiple compartment model): 체내 여러 장기에 걸쳐 복합적인 분포 과정을 설명하는 모델로, 장기간 체내에 남아 있는 독성물질이나 여러 단계의 생체변환을 거치는 물질에 적용된다.
분포에 대한 구조적 장애 요인
각 기관과 조직은 독성물질을 받거나 노출되는 양이 다르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데, 첫째는 조직을 통과하는 혈류량이며, 둘째는 독성물질의 체내 분포를 제한하는 특수한 장벽(barrier)의 존재다.
- 혈류량의 차이: 간(28%), 신장(23%), 심장근육, 뇌 등은 총 심박출량의 많은 부분을 받아 독성물질을 더 많이 축적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뼈나 지방조직은 혈류 속도가 낮지만, 특정 독성물질을 저장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용성 독성물질은 지방 조직에 축적될 가능성이 높으며, 미네랄과 결합하는 독성물질은 뼈에 저장될 수 있다.
- 조직 친화력(tissue affinity): 일부 조직은 특정 화학물질에 대한 높은 친화력을 가지며, 낮은 혈류량에도 불구하고 높은 농도로 축적될 수 있다. 지방 조직은 지용성 독성물질을 효과적으로 저장하는 대표적인 예다. 한 번 축적된 독성물질은 낮은 혈류 속도와 조직 내 용해도 특성으로 인해 오랜 기간 체내에 남을 수 있다.
- 구조적 장벽(Structural barrier): 체내 특정 조직은 독성물질의 침투를 방어하는 장벽을 가진다. 대표적인 예로는 혈액-뇌 장벽(Blood-brain barrier), 태반 장벽(Placental barrier), 고환 장벽(Testicular barrier) 등이 있다.
- 혈액-뇌 장벽: 뇌를 보호하는 주요 장벽으로, 성상세포(astrocytes)와 내피세포가 밀집하여 수용성 독성물질의 통과를 제한한다. 이는 필수 영양소와 산소는 통과시키면서 독성물질의 침투 속도를 늦춘다.
- 태반 장벽: 태아를 보호하는 장벽으로, 지질 이중층이 수용성 독성물질의 이동을 제한하지만, 일부 영양소와 가스, 배설물의 이동은 허용한다. 그러나 완전한 차단은 아니므로 일부 독성물질이 태아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
저장소(Storage)
독성물질은 체내 특정 조직에 저장될 수 있다. 혈장으로 흡수된 초기에는 혈장 단백질과 결합하여 독성이 발현되지 않는 형태로 존재할 수 있으며, 대표적으로 알부민(albumin)이 가장 흔한 결합 단백질이다. 일반적으로 독성물질은 혈장 내에서 짧은 시간 안에 단백질과 결합한다.
저장소 역할을 하는 주요 조직은 지방 조직, 뼈, 간, 신장 등이다. 지용성 독성물질은 지방 조직에 축적되며, 일부 독성물질은 뼈의 미네랄과 결합하여 장기간 저장될 수 있다. 이러한 저장은 독성물질의 생체 이용률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지만, 장기적으로 축적된 물질이 체내에서 천천히 방출되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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